JOY
VOYAGE
August 12, 2023 - September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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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압축과 잔상 – 미래시제로 그려진 그림
Joy는 이미지로서 인식된 세계의 잔상을 그린다. 회화가 실재하는 것을 재현한 이미지라면, Joy는 회화와 회화가
속한 세계의 인식 과정을 평면 위에 압축한다. ‘펼치지’않고 ‘압축한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여러 차원의 이미지가
하나의 납작한 형태로 밀착되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잔상’인 이유는 또렷이 감각하는 대상보다 흐릿하게
잔존하는 부유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세계에 투사한 이미지가 아닌 세계로부터 투사된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가 영영
맞닿지 않는 미래 시제로 그려진다. 여기서 미래시제란 발화시(發話時)가 사건시(事件時) 보다 앞서는 시제 표현을
말하는데, 이처럼 Joy가 접합 시킨 다중적인 이미지는 발화된 현재가 아닌 미래의 사건을 향한다. 이미 지나간 것을
현재의 시점에서 말하지 않고 오늘의 것을 미래 시점으로 말하는 그림, ‘-가 될, -일, -할 것’인 그림은 아마도 이런
형태일 것이다.
한편 이미지들 간에 탈각된 맥락 역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과 가닿지 않은 시간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염소와
천사, 복숭아와 뉴진스, 딸기와 바나나는 우연히 그어진 선과 채워진 면 위에서 하나로 뒤얽힌다. 선택된 이미지의
우연성을 차치한다면, 인과가 부재한 화면에 남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작용 뿐이다. Joy에게 중요한 것은 시작점에서
발견된 우연한 형태보다 차후 그들 간에 발생할 사건인 것이다. 뒤틀리고 왜곡된 형태는 이러한 작용의 결과물로서,
다시 한번 발화와 사건 사이의 간격을 벌린다. 잘라 붙여진 미디엄과 에어브러시 이미지 또한 이질감을 증폭시키는
한편, 이미지의 출처보다는 그 효과에 주목케 한다. 각각의 질감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배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앞으로 나온다.
프레임, 타이틀, 싱크로나이징
배경과 대상을 분리하는 날카로운 윤곽은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이미지가 명확한 프레임을 두고 세계와 분리
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는 프레임 밖의 세계를 프레임 안쪽 이미지를 통해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투명하고 깨끗한 액정은 바깥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듯 매끄럽고 유려하다. 그러나 곧잘 스크린에 의해
변형되는 유약한 신체는 Joy의 그림에서 기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물과 동기화된 채로, 그 밖의 배경과 달리
경계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
그림에 붙여진 제목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명사이다. 그 의미와 쓰임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에서 그렇다. 랜덤하게
추출된 이미지가 하나의 형상을 이루듯, Joy는 여러 키워드를 조합해 회사명을 지어주는 알고리즘 사이트를
활용하여 제목을 붙인다. 주어진 입력 값은 예상치 못한 결과 값을 쥐어 주고, 그림의 캡션에 새겨진다. 아직 쓰임이
정해지지 않은 무언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Joy의 제목-텍스트는 이미지와 함께 미래의 사건으로 말려 들어간다. 이렇듯 동기화된 사물과 신체, 이미지와 텍스트는 미래를 기점으로 오늘을 바라보게 한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사건의 프레임을 배회하면서, 오늘의 이미지가 가진 타이틀을 갱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