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ngji Kim

​도시

Nov 18 - Dec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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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오선이 한차례 넘어진다. 동이 틀 무렵 지쳐 눈을 감고는 별안간 다시 뜨면 어느새 오후. 창밖에는 사뭇 다른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비루한 풍경이 매일 있다. 대강 사람 행색을 갖추고 밖으로 나선다. 회사원, 인부, 학생, 상인, 노인, 사기꾼. 일하는 사람, 노는 사람, 이도 저도 안 되어 간신히 시간만 태우는 사람. 사람들. 집에서 작업실까지 이어진 낡은 길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그 틈에 엉겨 어수선한 거리를 걷는다. 입을 굳게 닫고 혹여나 눈을 마주칠까 군데군데 깨진 보도블록들만 시야 밖으로 끝없이 밀어 내린다. 익숙한 문을 지나 마침내 익숙한 문으로. 그리고 반대로. 늘 반복하는 길에서 홀로 사람들을 헤집고 돌아와서는 마찬가지로 혼자 잠든다.

도시. 새로운 인사도, 환영하는 웃음도 딱히 없는 곳. 무엇이든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 존중할 수 없는 이들.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 경계와 반목. 사라진 교감. 절대적인 타인. 순수한 객체로 전락한 사람들. 나. 그런 이들이 사는 곳. 우리는 점점 아무것도 아닌 색으로 물든다. 하나같이, 그러나 서로에게 결코 스미지 않는 모습으로.

2

하루걸러 눈 깜짝할 새 올라가는 아파트와 상가들. 사람들은 한데 모여 그것들을 우러른다. 볼품없는 것들이 일찌감치 때려부숴진 자리에는 위대한 기념비들이 하나둘 세워진다. 본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집을 짓고 만들어진 도시. 이제는 집이 사람들을 쌓는다. 적막하던 땅에 유일하게 생기를 불어넣는 공사 현장들은 누군가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시시각각 알리고, 봉헌할 것 없는 이들은 그 찬란함에 한없이 수그린다.

3

언젠가 화분을 몇 얻었다. 그리 크지 않은 화분에는 딱 그만한 식물들이 알알이 담겼다. 저마다 생리가 달라 상당히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그래야 했는데, 섣불리 가꾸는 통에 하나는 비를 맞아 죽었다. 다행히 다른 것들은 잘 산다. 간혹 떠오를 적에 싱싱한 수돗물을 따라주며 남은 녀석들은 이 어설픈 인간의 보살핌 아래 언제쯤 죽어 나갈까 하는 망측한 걱정을 한다. 하지만 보란 듯 살아남아 기어이 새로 만든 잎을 뿜어낸다. 몇 달째다. 작업실 한편에 우두커니 놓인 식물들은 존재만으로 공간을 환기한다. 애초에 나는 무언가를 기르는 건 허무맹랑한 일로 치부했건만, 녀석들은 딱 자기 뿌리만 한 화분에 들어앉아 흙 한 줌 아슬아슬하게 움켜쥔 주제에 사람을 가르친다.

무언가 살아 있음을 목도하는 일은 경이롭고도 퍽 서글프다. 언젠가는 들이닥칠 생의 마지막 모습이 어깨를 누른다. 하물며 생사가 오로지 내게 달려 있을 때는 더 뻐근하다. 이런 한심한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기찬 생명들을 볼 때면 그런대로 즐겁다. 화분 속 이국의 식물이나 도망치는 고양이, 열렬히 헤엄치는 수조 속 해산물. 아무쪼록 그들의 탄생과 사멸이 이곳에서는 너무도 자명함에 조금 섭섭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들은 알까. 오늘도 맑은 하늘에 더러운 별이 뜬다.